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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 오토마타 플레이 후기

Life_Rhymes 2022. 9. 26. 17:09

1. 서론
아이가 태어난 후 게임을 거진 하지 못했다
나는 올드 게이머라서 주로 콘솔용 게임을 하는데
물론 모바일이든 휴대용 게임기든 어떻게 할려면 할 수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게임 자체가 좀 무의미하다 라는 느낌을 받아서 - 소위 말하면 게임 불감증에 걸렸기때문이었던거 같다.

그치만 인제 아이도 많이 자랐고
내가 혼자 내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요런 타이밍에 당근에 좋은 매물들이 올라와서
처음엔 PS3를 샀는데 (PS3부터 안하기 시작해서)
PS3가 의외로 할 게임이 너무 없더라
게다가 벌써 게임 구하기가 쉽지않고 한글화도 안된 게임도 꽤 있고해서 에이... 하고 있었는데

당근에 바로 집근처에 PS4를 아주 저렴히 내놓은 분이 있어서 냉큼 집어왔다
사실 게임기 놓을 자리도 없어서 걍 TV 옆에 놔두고 그럴 정도로 좀 충동 구매였지만
오랜만에 게임을 한다는 게 두근거렸다

집 근처에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있어서
시간 날때 하나둘 게임을 사가지고 와서 했는데
처음엔 사실 파판12를 하고 싶었다
파판도 좋아하고 마츠노야스미도 좋아하는데
정작 파판12는 ps2로 첫부분만 하다 말아서
리마스터로 해봐야지 하고 사왔는데
역시나 초반에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유명하다는 게임 하나둘 더 사다가 조금씩 하곤 했다.

2. 오프닝
그러다가 예전에도 니어 오토마타가 그렇게 재밌다는 글을 여러번 봐서 이것도 사봤다.
니어 오토마타를 걍 몇몇 짤이나 동영상으로만 봤지
이게 무슨 게임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처음 플레이를 했을때 굉장히 놀랐다.

무엇보다 처음 시작이 비행 슈팅 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의외였다.
그것도 종 횡 3D로 시점을 바꾸는 비행 슈팅의 느낌은 마치 예전 PS1의 혁신적인 슈팅 게임이었던 "필로소마" 라는 게임이 생각나는 시점이었다.  소니에서 만든 필로소마는 당시 대부분 고정 시점이었던 비행 슈팅에 틀을 깨고 스테이지마다 종 횡 3D으로 막 바꾸는데 상당히 인상깊었던 게임이라 아직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게임인데 마치 그게임의 오마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어찌되었든 오픈 월드 액션 rpg라 생각하고 시작 버튼을 눌렀는데 바로 슈팅으로 시작하고 슈팅 마지막엔 기체가 폭발하면서 알에서 깨어나듯 등장하는 2B, 그리고 액션 조작 조금 적응하자 마자 바로 시작하는 대형 보스와의 전투.
이 오프닝까지의 전개가 상당히 다채롭고 몰입감이 높아서 오토마타 게임의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몇분간 이었던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든 게임이든 초반 몇분만에 관객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토마타는 그 오프닝에 신경을 많이 써서 굉장히 임팩트있고 영리하게 잘 구성한 거 같았다.
지금까지 게임 오프닝으로 최고라고 생각한건 파판7 이었는데 - 당시에 영상에서 게임으로 연결되는 스무스한 연출, 에어리스에서 줌아웃 되서 마황로를 비추고 로고 등장과 함께 맞춘 음악, 다시 줌인되서 기차에서 내리는 클라우드로 바로 게임이 시작되는 이 연출을 보고 놀라지 않은 친구들은 없었다. 그 만큼 충격 그 자체였던 FF7 오프닝 이후로 가장 멋진 오프닝이 니어 오토마타였다. (물론 요새 게임을 잘 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젤다 야숨도 오프닝이 좋았는데 이것도 약간 FF7 아류로 느낄 정도였음)

여튼 간에 오프닝이 너무 좋았고 대형보스 전에서 이어지는 공장 스테이지도 시점이 적절히 변해가면서 진행되는 것이 굉장히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3. 그래픽
게다가 또 놀랬던건 그래픽.
요즘 게임이라고 하고있던게 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이거나 마인크래프트여서
진짜 요즘 게임의 그래픽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니어 오토마타를 보고 '이 그래픽이 움직인다고??'  라고 놀랐을 정도....심지어 최근 게임도 아닌데다가 Ps4프로도 아니었는데ㅋ
내가 요즘 게임 그래픽을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사실 게임에 중요한건 재미지 그래픽이 아니라는 닌텐도 게임의 사상에 물들어서 몰랐는데 게임 그래픽이 새삼 이렇게 발전했구나 싶었다.
여튼 완전 최신 게임 그래픽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맵의 분위기라던지 캐릭터 디테일이 좋아서 좀 충격적이었다.

다만 게임을 하다보니 뒤로 갈수록 컷씬에 캐릭터들 모델링이 좀 촌스럽다 싶은 생각이 들긴했다.

무엇보다 캐릭터디자인은  역시나 요시다 아키히코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잘뽑았다.

뒤에서도 말하겠지만 약간 세기말적 감성에 에반게리온을 닮아서 2B가 레이를 닮은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금발의 안대 디자인은 그것이 니어 레플리칸트 에밀에서부터 이어진거라 하더라도 매력적으로 정말 잘 뽑았고

무엇보다 니어 엉덩마타 로 불릴 정도로 뒷태에 신경을 썼다는 점이 진짜 탁월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 마이너한 게임을 널리 알려서 홍보가 되고 많은 게이머들을 유입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상당히 많은 커뮤니티에 뒷모습 짤방이 돌아다닌 것만 봐도)

실제 플레이어들은 캐릭터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을 보며 게임을 한다는 점을 캐치해서

엉덩이 그래픽과 의상을 변태적으로 만들어냈다니... 이런 변태적인 구상과 승인을 나이든 윗사람들이 승인하고 진행했다는 걸 생각하면, 진짜 의사 결정권자들이 상당히 파격적인 곳이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드온드 니어 시리즈 게임들이 그래픽이나 액션에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걸로 보이는데

플래티넘 게임즈에서 그래픽과 액션 구현에서 굉장히 큰 기여를 했다고 보여지고 

스토리를 게임으로 구현하는데 있어서 플래티넘 게임즈의 역량 혹은 시너지가 훌륭했다고 보여진다.

같은 디렉터인 요코오 타로 게임들을 보면 솔직히 스토리는 그 감성을 느낄 수 있어도

막상 게임은 좀 뭔가 전체적으로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데 니어 오토마타만 그렇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플래티넘 게임즈가 액션 게임이 명가 인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플래티넘 게임즈의 다른 게임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베요네타는 너무 이상하고... 애스트럴 체인이나 해볼까 생각 중.

 

4. 게임 플레이
게임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다
처음에 멋도 모르고 노말로 했다가 엥겔스 전투에서 한번 게임오버되서 오프닝을 다시 한번 플레이 해야되었다.
바로 난이도 이지로 바꾸고 계속 진행함ㅋ

요새 게임이야 당연히 오토세이브 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도 좀 색달랐는데,
세이브 포인트에서 귀찮게 수동 세이브를 하는게 귀찮았지만 나름 스토리상 나름의 사상을 가지고 만든 시스템이라 불편했지만 좋게 느껴지기도 했다.

액션은 조작이 어렵지 않고 시원시원해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으나 이지모드로 해서 그런지 너무나 쉬워서 좀 지루한 면이 있었던건 사실.
이건 난이도 조절로 충분히 커버되는 문제니까 스킵.

플러그인 칩은 솔직히 너무 시스템이 불편하다.

정리도 해줘야 되고 자동으로 좋은 걸 알아서 배치해주는 기능도 부족하고

처음엔 이게 뭔가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불편한 인터페이스 였는데 이런 건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조금 아쉬움.



5. 스토리
사실 스토리 하나로 모든 걸 커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게임.

지금은 워낙 많은 스포일러가 있기에 내용을 전혀 모르고 플레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알아도 세세한 부분은 일부러 알아보지 않고 진행했는데
덕분에 몰입감이 좋았고 무엇보다 어두우면서 허무한 감이 드는 세계관과 스토리가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반전에 반전 숨겨진 음모들이 밝혀지는 구조는 요새 워낙 그런 것들이 많으니까 별로 참신하진 않았지만
이런 스토리와 완성도를 가진 JRPG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감을 주는 게임이었다.
어렸을때부터 파판 드퀘를 해온 입장에서 요즘 유행하는 서양 스타일 RPG는 이상하게 잘 손이 안가고 정서가 안맞았는데 니어 오토마타는 그런 JRPG에 대한 갈증을 잘 씻어준거 같다.

일단 스토리가 매우 우울하고 어두워서 매우 마이너한 성향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약간 세기말적 감성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반게리온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이런 마이너한 성향의 게임을 예전 게임부터 이어져서 지금까지 발매를 했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드래그온드라군 이라는 게임은 PS2 시절 그런 게임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물론 히트버전 CD도 나오고 나름 선방한 게임인 걸로 알고 있긴 하지만

뭔가 팬저드래군 아류작이라거나 스퀘어의 바하무트 라군과 같은 마이너 게임의 연장선 정도로 생각했던 게임인데

그 게임의 몇 분기의 스토리를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점이 놀라웠다.

 

드래그온 드라군... 그 마이너한 성향의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했던 것도 아니고 

매니아들 사이에서나 그 허무하고 변태적인 엔딩으로나 컬트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게임을

2탄 3탄을 발매하고 심지어 니어 레플리칸트라는 진짜 마이너한 게임이 거의 망하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관을 이어서 이정도 완성도를 가진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 한편으로 스퀘어에닉스가 대단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마도 요코오타로 프로듀서를 특별히 좋아하는 윗사람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거 아닐까 싶은데...

 

게임 구성이 좋게 말하면 독특한데 회차 진행 분기 엔딩 같은 시스템은

좋게 봐주면 드래그온드라군부터 이어져온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이지만

사실상 한정된 맵과 자금의 한계에서 어떻게든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한 수단임을 누구든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작품에서는 회차  플레이도 매우 수월하게 배려해두었고

회차 플레이를 하면서도 숨겨진 복선과 비밀들이 들어나도록 시나리오를 매우 치밀하게 잘 짜놨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를 하면서도 아무런 부담이나 불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구성해 두었지만,

나는 해보진 않았지만 이전 시리즈는 그런 시스템적 배려도 좀 적었던거 같은게 무기도 다 모아야 되고 

회차 플레이도 지겹거나 퀘스트도 심부름 위주라거나 하는 지루한 요소들이 많았던 것을 보인다.

 

꼬으고 꼬아놓은 스토리 인데 깊게 생각해보면 조금 허술한 설정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괜시리 자극적으로 만들어놓은 느낌이 가시지 않지만... 어찌되었든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의 몰입감이 확실하기 때문에...

 

6. 기타

처음에 맵이 매우 넓은 오픈 월드 일줄 알았는데 상당히 좁다.

사실상 전 지구적 이벤트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한개 도시 정도의 크기라서.... 뭔가 소규모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이건 스토리를 한정된 자원에서 진행해야하는 어려움 때매 그런 거 겠지만

이제 오토마타로 공전의 히트도 쳤겠다 후속작에서는 훨씬 더 방대한 맵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

 

후속작으로 이어지는 

니어 리인카네이션도 해보고 있는데 이거는 도대체... 무슨 게임인지 좀 모르겠다.

니어 시리즈에서 이어지는게 뭔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마 별도의 글을 써보겠지만 

현재로서는 솔직히 니어 팬이 아니고서야 그닥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게임.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도 해보고 있는데... 솔직히 좀 별로라서 손이 안간다.

오토마타 하다가 레플리칸트로 오면 확실히 이건 옛날게임이다 싶은 어설픔이 느껴지고

오토마타는 그래도 현대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새로운 느낌인데,

약간 올드한 RPG 게임을 조금 독특하게 만들었구나 정도의 느낌이 든다.

그래픽도 새롭게  업글하고 음악은 좋지만 뭔가...뭔가 재미가 없다. 오토마타 같은 흡입력이 매력이 없다랄까....

 

그리고 음악이 굉장히 좋았다.

 뭔가 그동안의 게임들과 음악이 상당히 다르다.

처음에는 뭐이렇게 비장하고 오묘한 음악을 넣어놨지 싶었는데 듣다보면 BGM 백퍼 흥얼거리면서 다니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이 아님에도 음악의 감성이 너무 독특하고 좋아서

 OST 음반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물론 유투브에도 있어서 걍 그걸 듣는 걸로 만족하고 있지만

음악이 상당히 기억에 남고, 이 음악이 오토마타의 세계관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한 몫을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요코오타로는 사실상 드온드가 큰 히트를 하지 못했고 나름의 역작인 니어 레플리칸트도 별 반응이 없자

이 시리즈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처럼 임한 오토마타가 이렇게 성공해버렸으니,

리인카네이션 말고... 다른 정식 시리즈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좀 걱정되기도 한다.

사실 드온드나 니어레플리칸트는 잘 안알려져 있다보니 사람들이 알고보니 어디 스토리에서 이어지더라 이게 이전 그 게임의 후속작이 더라 하면서 스토리의 비밀들이 잘 파헤쳐지지 않았지만

이젠 사람들이 오토마타와 드온드 스토리를 잘 알고 있으니 ... 후속으로 무슨 게임을 내도

아 이거 거기서 이어지는 거네 하고 바로 눈치챌 가능성이 많아지니... 뭔가 스토리 전개를 복선과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는 전개를 좋아하는 시리즈 특성상 다음 시리즈를 어지간히 스토리를 잘 만들지 않고서야 지금과 같은 호평을 받기 힘들지 않을까....

다시 말하면 다음 시리즈를 이어가는 스토리 만들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그래서 리인카네이션이 그 모양으로 나온건가?

 

드온드도 사실 굉장히 마이너하고 독특해 보이긴 하는데

옛날 게임이다보니 사실 손이 잘 가진 않는다... 레플리칸트 버전업도 손이 안가는데....

드온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전 새롭게 리메이크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마도 그런 작업을 예전 드온드3를 만들때 하려고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드온드1의 프리퀄 격인 드온드3 이후 드온드 1을 새롭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은데 엎어졌다니 ....

이제 니어 오토마타가 공전의 히트를 쳤으니 드온드 시리즈도 다시 리메이크될 수 있지 않을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