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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하니야

Life_Rhymes 2012. 3. 15. 23:16

우리집 세번째 개였던 하니가 오늘 새벽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카톡으로 하니가 아프다고 몇일 못갈거 같다 그래서 부리나케 달려갔다.
벌써 하니가 팔이 조금 아플때 본게 2주 정도 된거 같은데..
그때만해도 하니 괜찮았다.
그리고 워낙 하니가 운동도 많이하고 건강해서
아직 몇년은 더 살겠거니 했다.

그래서 엄마가 하니 아프다 그래도
아픈거 금방 낫고 다시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에 불안하지만 집으로 갔는데
엄마가 아침에 병원에 맡겼다가 저녁에 데리고 온데서
텅빈 집에 뭉치 밖에 없었다.
혼자 어두운 집을 지켜서 그런지 뭔가 분위기를 감지해서 그런지 뭉치가
반가워 하지만 조용했다.
조용한 집을 둘러보면서 기도를 하다가 못하다가 기다리니 엄마가 30분쯤 지나서 7시쯤왔다.
수건에 하니를 싸서 왔는데
하니가 많이 아파보였지만 그래도 크게 나빠보이질 않았다.
추워서인지 많이 떨고 있었지만 그때까진 좀 괜찮았고
근데 팔다리가 너무 차가웠다. 한쪽 발은 링겔 맞아서 붕대를 하고 있었고

몸이 너무 추울까봐 수건도 덮어주고 발도 잡아주고 그랬다.
근데 발이 너무 계속 차가워서 수건 덮어주고 핫팩같은거 데워서 데주고 그랬다.
뭔가 불편할때 가끔 끙끙 대는 정도였는데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엄마가 밥차려주는 동안 보면서 물도 좀 먹여주고 그랬다.
밥 다 먹고 다시 봐주고 있는데 아버지가 오셨다.
그리고 나서는 조금씩 크게 깽깽 거리며 소리지를 때가 있어서
뭐가 불편한지 요구사항이 뭔지 몰라서 안절부절했다.
물을 줘 보기도하고 혹시 한쪽으로 너무 누워서 아픈가 싶어서 뒤집어주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고 주물러 주기도 하면서
일어나고 싶은가 싶어서 세워주기도 했다.
근데 하니가 거의 서질 못해서 너무 가슴아팠다.
너무 많이 만지는게 안좋다고 아버지는 그러시면서 동물은 알아서 행동하니까 놔두라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힘든데 너무 많이 만지는 것도 안좋은 거 같아서 좀 놔뒀다.
그리고 엄마는 교회에 다녀온다면서 나간거 같고,
아빠랑 둘이서 보는데 아빠가 너무 쿨하게 하는 것 같고
좀 만지면 되려 주의를 줘서 어쩔지를 몰랐다.
근데 계속 하니까 시끄럽게 깽깽 너무 서글프게 우니까 뭐라도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뭔가 요구 사항이 있는거 같은데... 물을 줘보기도 하고 세워줘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도 계속 그랬다.
뭔가 먼가 가슴아프게만 쳐다보다가 혹시 좀 더운가 싶어서
수건이랑 핫팩을 빼줬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좀 편해졌는지 조용해지고 조금 아주 조금 편안한거 같았다.

아..이불 덮는게 싫었구나..
원래 하니는 이불 덮는 걸 예전부터 극도로 실어했지..억지로 침대로 데려와서 이불 안에 넣어두면 꼭 나오곤 했다.
그래서 그런가부다 싶었고..한동안..약 1시간인지 30분 동안은 그래도 좀 휴식을 취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엄마가 교회 다끝났더라며 돌아왔고 그때까지 하니는 좀 괜찮았던 거 같았다.
그래 요렇게 쉬면 좀 내일은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좀 지나니까 계속 깽깽 거리고 나중에는 너무 심할정도로 깽깽 짓어대고 울어댔다.
그 하니 모습이 잘 지워지지가 않는다.
입에 아래 송곳니 하나밖에 없는데 그 입이 아파 보일정도로 세게 부딪히면서 짖어댔다.
너무 안스러운데 물을 줘도 아니고 수건을 덮어줘도 아니고 오줌싸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고 뒤집어도 아니고
세워줘도 아니니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엄마도 계속 만져주고 막 그랬는데,
어쩔때는 그게 하니를 더 힘들게 하는 거 같아서 답답해보이기도 했다.
엄마도 많이 지친거 같았고,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하니가 원하는게 저게 아닌거 같은데 싶어도
나도 뭘 원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계속 아파서 울부짖고 시끄럽게 하는데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까 편하게 좀 잘때는 괜찮았는데 좀 더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10시 까지 계속 그러니까 너무 안쓰러웠고 아무래도 오래 못살 것 같았다.
오래 못살고 안살고를 떠나서 너무 아파보여서 저렇게 아플꺼면 그냥 세상 떠나는게 낫겠다 싶었다 솔직히
옆에서 보는 것도 하니도 너무 힘들것 같아서 그런생각이 들었다.

아까 하니가 편히 쉴때 사진이라도 찍어 놓을껄 나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마지막 하니 사진을 찍을까말까 하다가
아픈 개 옆에 두고 사진찍는 것도 무개념인거 같아서 그러지 않았는데,
하니가 보고 싶다. 아플때 하니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데 괜히 안찍었나 후회된다.
하지만 한편으론 또 그 사진보면서 너무 가슴아팠을 것 같아서 안찍길 잘했단 생각도 들고 복잡하다.

그러다 아내한테 전화가 오고 마음이 아파서 솔직히 통화할 기분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내 목소리가 너무 밝아보여서 내 마음이랑 너무 대조가 되서 아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냥 좀 괜히 마음이 더 아파왔다.
내 방에서 잠깐 통화했는데 그때도 하니는 아파서 엄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11시쯤 됬는데 밤되면 좀 잠잠해지겠지 싶었는데 계속 주기적으로 너무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니까
이렇게 놔두면 주변 아파트에도 피해가 되고 안되겠다 싶으셔서
부모님이 24시간 하는 동물병원에 데려가시려고 알아보시고는 길동역에 있다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데리고 가셨다. 엄마가 안고 가는 중에도 하니는 너무 아파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소리지르던 그 입이 수건에 싸여서 엄마 품에 안겨 나가는 모습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하니의 모습이었다.
같이 갈까 싶었는데, 뭉치도 있고...또 너무 마음이 아파서 기도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집에 있었다.
엄마는 뭉치가 지금 이런 광경보면서 충격받을 꺼라면서 뭉치 잘 위로해주고 있으라고 했다.
뭉치한테 이런저런 얘기 해주면서 쓰다듬어 주다가 기도를 했다.
불안해서 기도가 잘 안됬다.

하니를 하나님은 왜 이렇게 아프게 하실까
내 죄인가 부모님 죄인가 형 죄인가
동물들은 본능에 의한 제한적 자유의지 밖에 없으니까
하나님앞에 죄를 짓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죄를 진것도 없는데 저렇게 고통을 받아야할 이유가 있다면
그건 그 동물과 관계된 우리때문에 그런것일까?
집에 와서 하니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불안하긴 했지만 하니가 그래도 이번주 말까지는 살겠지 싶었다.
왜냐면 그렇게 건강한 하니였으니까. 팔하나 아픈 걸로 그렇게 죽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같아서는 올해까지만 버텨줬으면 했다 좀 아픈 몸이더라도 일어나게 해주셨으면 했다.
하니가 비교적 건강한 개라서 난 최소 2-3년은 더 살겠지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아프게 될줄 몰랐고,
병원에서 와서 좀 잘때만 해도 괜찮아 지겠지 했는데,
팔다리가 너무 차가운게 걱정이었다. 팔다리가 굳고 차가운 걸보니 힘들겠다 싶었다.

너무 많은 걱정에 기도하는 와중에
살리실꺼면 저렇게 아파도 되지만 데려가실꺼면 저렇게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뭘 한다기보단 하나님의 뜻이 있으시고 내가 고민한다고 되는게 아니지 싶어서
하나님께 전부 맡기겠다 주님께서 뜻하신 대로 해달라고 했다.
그리곤 조금 마음이 편해졌지만 그래도 하니를 더 보고 싶어서 기도하면서 있었다.
12시가 지나도 안오셔서 불안했고,
하니가 병원에 입원하면 새벽에 우리도 없을 때 외롭게 떠나면 어쩌나 어머니가 옆에 있을 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조금 잠이 들었고 새벽 1시 가까이 되서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소리에 깼다.
하니는 같이 오지 못했고 아버지 어머니 두분만 오셨다.
아버지는 씁쓸한 웃음으로 하니가 갔다고 하셨고 어머니는 표정이 굳어계셨다.
나는 잠에 좀 들었다가 깨서 어리벙하게 서있었고
아버지가 좀 설명해주셨다 병원갔는데 앞 사람이 많아서 기다렸고 기다리는 내내 소리지르고 있었다고
그리다고 조금 잠잠해진 후에 엄마 품에서 떠났다고 한다.
그래도 하니가 의리는 지켰다고 엄마 품에서 떠났고 하셨다.
뭐라 할말이 없어서 에이그...그리고만 있었고 두분 너무 수고하셨다고 쉬시라고 했다.
왠지 좀 믿기지가 않았다. 내일 또 일찍 와서 하니 낫기 전까지 매일와야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본게 마지막이라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내일 또 출근은 해야되니까..그리고 하니가 떠난걸 어떻게 할 순 없으니까..
그래 하니가 너무 아팠으니까 하루 더 내 욕심으로 살다가 아픈거 보다 이게 낫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아픈게 좀 나아져서 편안하게 자다가 갔으면 하는 마음이 바람이 없어지질 않았다.

하나님께서 좀 편하게 데려가셔도 되었을텐데...꼭 그렇게 하셔야 했을까..
결혼 전에 시간 있었을 때 휴가 때 그럴때 결혼 전에 꼭 하니랑 뭉치랑 한번 산책해야지 마음먹었었는데
게을러서 귀찮아서 결국 못했었는데 그게 너무 후회가 많이 남았다. 계속 생각나서 미안해서 누워있는데 눈물이 났다.
엄마아빠한테 들릴까봐 조용히 울었는데 훌쩍 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 건강했던 하니가.
몇 주 못봤다고 그 사이에 이렇게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소리를 지르는 아파하는 하니를 본게 마지막이라니
너무 가슴아팠다. 울다가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가는 길에도 일하다가도 퇴근하다가도
하니가 떠나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랑
하니랑 산책 많이 할껄 하는 생각이랑
아프지 않고 떠났으면 좋았을텐데 그 아파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지면
울음이 조금씩 났다. 우울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냥 왈칵 눈물이 자꾸 날것 같아서 참았다.

원래 오늘도 아내가 집에 없으니 하니 보러가야지 했는데
아침에 출근할때 엄마도 주말에 보자고 한데다가
나도 계속 우울하고 울음참느라 힘들어서 혼자 있고 싶어서 그냥 신혼집으로 왔다.
이것저것 하다가 설겆이를 하는데 참았던 눈물이 났다.
설거지를 하다가 말고 좀 울었다.
하니가 보고 싶었고 불쌍했고 마음이 아팠다.
꼭 그렇게 데려가셔야 했나 솔직히 하나님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너무 가슴이 아픈데...

엄마도 아플텐데. 내가 그냥 오늘 우리집으로 갈껄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이 하니 없다고 텅비어 보인다고 그러고 외로워 보이셨는데
너무 내 생각만 했나 싶어서 계속 마음에 걸린다. 지금도 괜히 신혼 집에 왔나 싶다.
엄마 옆에 있으면 괜히 울것 같고 그래서,
그리고 너무 괜찮은 척 하는걸 많이 해서 집에서 좀 쉬려고 왔는데,, 엄마 얼굴 볼껄 잘못했다.

하니는 우리집 최고의 개였다.
뭉치도 좋은 강아지고
요요도 좋은 강아지고
토토도 좋은 강아지 였지만
하니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발랄하고 장난끼 많은 어린 시절에 점프하면서 뛰놀기도 했던 거랑
이불에 손집어 넣고 재밌게 놀던게 생각난다.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해서 옛날엔 나갔다가 들어오질 않으려고 도망다녀서 맨날 잡으러 다녔고
아빠는 화가 나서 밖에 내놓고 안 데리고 들어온 적도 있었다. 내가 찾으러가서 겨우 데려왔었다.
밖에 나갈까? 라고 소리 높여서 말하면 너무 좋아서 흥흥거리면서 흥분하며 몸을 떨며 내몸을 박박 긁던게 생각난다.
그래도 나중엔 혼이 많이 나서 그런지 산책 나가면 목줄을 하지 않아도 일정거리 유지하면서 신경 안써도 잘 따라오는 가장 산책하기 좋은 개였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만 보며 흥분하고 달려들었다가 할퀴기도 했다.
몸이 유연해서 이리저리 굽혀도 되었고 강아지를  싫어해서
하니는 고양이를 닮은 강아지다 싶었었다.
하품할때 배를 누르면 꺄야악 하고 귀여운 소리를 내는 게 좋아서 몇번씩 한적도 있다.
목에 오리 모양 인형을 메고 찍은 사진이 너무 잘나와서 크게 뽑아서 액자도 했었다.
어릴때는 털이 너무 자르르하고 색이 진해서 요요랑 비교됬다.
소변도 잘가리고 머리도 똑똑했다.
임신 시킬라 그랬는데 결국 안됬다.
삑삑 소리나는 인형을 자기 아기처럼 생각해서 호들갑을 떨면서 흥흥 거리면 데리고 품을려고 하기도 했다.
조금 나이들고 밥을 갑자기 많이 먹어서 뚱뚱해진적도 있었다.
발정나면 거세당한 뭉치 뒤에서 잡고 흔드는 걸 가르치기도 하는 웃긴 적도 있었다.
간식을 너무 좋아하고 육포도 좋아했다.
나중엔 입맛이 까다로워져서 사료도 골라먹은 적도 있지만 어렷을때는 김에다 밥도 먹고 멸치랑 김치도 조금 먹었다.
이불 덮는 걸 싫어했다.
엄마가 없을 땐 내 옆에서 돌돌말려서 자던게 생각난다.
원래 할머니댁에서 키우게 하려고 데려온 거 였는데 할머니가 못견디셔서 결국 우리가 기르게 되었다.
오래 살았다 눈은 좀 안보이게 되고 이빨이 좀 나쁜거 빼곤 건강했다.
다리가 길고 예뻤다. 사슴같았다.
앙리라고 불르는 애칭이 좋았다. 하니씨가 앙리뀌가 되서 이렇게 자주 불렀다.
안마 받는 걸 좋아하게 되서 맨날 나만 보면 등을 내밀고 주물러 달라고 보챘다.
등을 주물러 주면 정말 시원해 했다.

하니야 나랑 같이 살아줘서 고마웠어.
힘들고 어려운 일 있어도 하니가 옆에 있어서 위로가 되었고
부모님 안계서도 무섭지 않고 좋았어.
좀 더 주물러 줬으면 좋았을 텐데 ... 한 일주일만 더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많이 아팠지?? 그래도 이제 아프지 않을테니까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니도 내가 주인이어서 좋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날 형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쉽네.
하니야 편히 쉬어 너가 있어서 너무 좋았어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줘서 고마워.
하니 아플때 엄마는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줬는데
오빠는 못해줘서 미안해.
하니야 사랑해. 보고 싶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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