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우리집에서는 강아지를 계속 키웠는데,
어느순간부터 내가 기관지가 안좋은 것인지 콧물 기침이나 천식 같은 증상이 있었고
커서는 상시 비염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독립해서 보니 강아지 알레르기 였던거 같다;;;
강아지를 좋아해서 키우고 싶지만, 나는 둘째 치고라도 아들이 워낙 강아지털 알레르기가 심해서
도저히 키울수 없는 상황.
뭔가 키우고 싶은데 싶은 찰나에 최근 식물을 기르게 되었다.
사실 최근에 크레이지 가드너 웹툰을 본게 가장 큰 영향을 준거 같긴하지만.
할머니 병문안을 갔다가 들른 양재 꽃 시장에서 칼레데아 진저를 보고
오 이거 웹툰에서 본 그 식물이자나 헤에 멋져 라는 마음에 사가지고 와버렸다.
게다가 거기서 본 수박페페도 귀여워서 샀고, 아들은 파리지옥이 좋다면서 사버렸다.
사실 식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게...
이게 식물 키우기 은근히 까다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예전부터 뭐 선인장을 키워보기도 했지만 금새 죽어버리곤 한데다가,
물을 언제 줘야되는지 모르겠고 왜 죽는지도 모르겠고 해가지고 식물을 별로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제대로 찾아보니 역시나 식물 기르기는 까다롭고 공부해야될 게 많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정보가 많이 없었는데
요새는 블로그도 있고 유튜브도 있고 각가지 자재들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한 거 같지만
유튜브 정보들도 좀 겉핥기 같달까...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많은 거 같은 느낌.
어찌되었든 뭔가 키울 수 있는 건 이제 식물 밖에 없기 때문에
나름 신경써서 키우고 있기는 한데, 역시나 어렵다 식물.
일단 현재까지 상황은,
1. 칼라데아 진저
- 사실 식물 키울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건강하고 좋은 모종을 가지고 오는 것인거 같다.
인간 혹은 동물도 똑같은 것이, 처음부터 유전자 자체가 강하고 건강해야지,
초기 상태부터 별로인 것을 노력과 환경으로 아무리 개선하려고 해봤자 쉽지가 않은 것이다.
이런 얘기를 왜 하냐면 칼라데아가 사실 처음부터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식쇼도 처음해보는 거라 뭐가 좋은 건지 몰랐고, 그냥 일단 아무거나 데려와서 잘 키우면 되겠지 한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잎상태가 안좋은 것도 더러 있는 걸 데려왔더니 아무리 뭘 해도 말라버린 잎부분은 회복되지가 않았다.
그치만 내가 처음으로 돈을 주고 사온 식물인데, 잘 키우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좋다는 흙조합도 해주고
토분도 사서 화분도 옮겨주고 온갖 정성을 다하기는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처음부터 상처난 잎들은 어쩔수없이 짤라주는게 나을 것 같아서 몇장 자를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지극정성을 다해줘서인지 상태가 더이상 나빠지지는 않았고
최근에는 신엽이 하나 크게 올라오고 있는 중이고, 신엽들이 몇개 더 생기는게 보이고 있다. (휴 다행)
여러 유튜브들도 봤지만 칼라데아는 참 난이도가 있는 식물이고 잎을 예쁘게 타지않고 기르기가 힘든 종은 맞는 거 같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걸 골라서 하드 트레이닝 중이랄까....
2. 수박페페
- 수박같이 생긴 잎이 진짜 귀여운 수박페페.
식물갤러리에 검색해보니 수박페페가 지랄초라는 의견이 꽤 있는 거 같았다.
그런데 솔직히 처음에 데려온 3개 화분 중에서 수박페페가 제일 건강하고 제일 잘 자라는 데데가 제일 순둥이다.
수박페페는 따로 뭘 잘 해준게 없는데도 잎이 진짜 무성하게 나는데가 신엽도 굉장하게 뽑아내는 중.
역시... 처음부터 건강해보이더니. 이래서 식물은 직접 보고 딱봐도 유묘때부터 건강해 보이는 애를 데려와야 되는게 진리.
그 어떤 것도 유전자를 이길순 없다.
여튼 수박페페는 너무 잘자라고 기특해서 식물생활에 힐링 포인트 같은 화분이다.
그냥 막 아무것도 안해줘도 너무 잘자라... 고마워 수박페페
3. 파리지옥
- 초기 3개 화분 중 나의 아픈 손가락 크흑.
처음 데려왔을 땐 그래도 건강해보였는데 몇일 지나니 잎이 좀 노래지고 금새 좀 시들해보였다.
빛을 별로 안보여줘도 된다고 어디서 읽어서 걍 아들 방에 둔게 패착이었나 싶어서
햇빛도 많이 보여주는 곳을 바꾸고 저면관수도 열심히 해줬다.
심지어 전용 흙인 피트모스에 저면관수용 화분도 사가지고 잘 옮겨줬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시들시들 거리고 날파리가 날라다닌 거 같고 그랬다.
게다가 자꾸 잎 끝부분이 구부러져서 흙에 처박히곤 해가지고 할수없이 자갈들을 좀 깔아서
잎 머리가 흙에 쳐박히지 않도록 해주곤 했는데 ....이게 패착이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날이 갈수록 시들시들하고, 큰 잎파리들도 썩어가고 이상하게 신엽들은 웃자람이 심해서
파리를 잡는 부분은 엄청 조그많고 줄기부분이 길고 영 상태가 자꾸 메롱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뿌리 파리 같은게 있는건가 깊어서 뿌리파리용 약도 뿌려주고 한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뽑아보았다.
그랬더니 뿌리도 너무 앙상한데다가 영 건강해보이지 않았다.
흙에는 날파리가 좀 죽어 있는게 아무래도 뿌리파리가 있었나 싶었고
혹시나 해서 흙도 다 뒤집어 봤는데 조그만 벌레가 꾸물거리는 것도 확인했다.
아무래도 처음 혹은, 분갈이 했을 때부터 해충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다시 흙을 새로 해주고 심어 놓았는데 지금도 영 상태가 좋지 않은 게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군 파리지옥 저면관수만 해주고도 엄청 번식 시키던데.... 힝
진짜 많은 노력을 해주었는데도 전혀 성과가 없는게 파리지옥이라서 너무 안타깝다.
다시 살아나면 다행이겠지만, 초록별로 보내줘야 한다면 다시는 키우지 않을 거 같다.
너무 어려워 파리지옥...ㅠㅠ
4. 수채화 고무나무
- 사실 수박페페를 제외하면 다 너무 까다로워서 뭔가 좀 힐링 식물이 키우고 싶었다.
아니 난 평온한 가드닝을 할려고 산건데 왤케 다 까다로와!
쉽고 잘자라고 예쁜거 없나 찾아보다가, 고무나무가 키우기 쉽다는 글이 많았고
그 중에도 수채와 고무나무는 잎이 진짜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듯 너무 멋져서 고민하다가 덜컥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인터넷 식쇼는 또 처음이라 건강한 애가 올려나 했는데,
그럭저럭 무난한 애가 와서 분갈이 해주고 현재까지 잘 키우는 중임.
분갈이 화분도 없어서 이전에 샀던 이케아 화분을 아래 배수 구멍까지 뚫어서 심어줬다.
이케아 화분은 잘 사야되는게 배수구멍이 거의 없는게 많다. 드릴로 뚫을려고 했는데 드릴도 이케아 껀데 이게 힘이 약해서
구멍이 안뚫어지길래 못과 망치로 경우 뚫어서 해결함...
잘키우는 와중에 맨 아래 있던 작은 잎파리 하나는 갑자기 반점이 생기고 썩어들어가서
뭐지 이거 과습인가 싶었는데 과습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화분 갈이 몸살인거 같기도 하고 그냥 정상하엽인거 같기도 하고,
하여간 식물 키우는데 힘든건 바로 이런 거다 식물을 말이 없다는 거.....
동물들은 그래도 낑낑거리거나 조금의 의사소통이라도 되는데 식물을 이게 과습인지 물부족인지 그냥 정상인지
당최 알 방법이 없는거다.
그러니 유튜브에 많은 식물 유투버들도 과습일 수 도 있고 물이 부족일수도 있고 광량이 부족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애매한 말만 할수밖에 없는거다.
온도 습도는 어땠는지 물주기는 어땠는지 흙을 뭐를 썼는지 비료를 줬는지 일조량이 어땠는지
환경요인을 정확히 알수가 없고 무엇보다 식물자체의 문제인지 조차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이거일수도 저거일수도 아닐수도 같은 애매하게 밖에 대답을 할 수 없는거지.
사실 이런 부분이 나도 잘 안맞는 부분이고 그래서 식물 기르기를 꺼려했던 점이다.
나름 이과생인데, 뭔가 분명하지 않은, 뭔가 감성적이고 뭔가 애매하고, 뭔가 그럴수도 아닐수도 이런 거
아 나름 T로서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식물을 행태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식물들이기를 꺼렸는데,,, 호에에 그래도 뭐 어떻게 들이기 된 이상 엉망으로 키울순 없지
또 나름 책임감은 있는 사람이라고.
여하간, 수채화 고무나무는 약간의 적응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라는 중이다.
하지만 신엽이 나오지 않는것이 좀 아쉽다랄까.... 뭔가 팍팍 자라지는 않고 그냥 조금씩 성장 중
5. 망고씨앗
- 식물키우는 것이 좀 아쉬운건 사실 할게 너무 없다는 점이다.
물주기도 자칫 과습이 될수 있으니 일주일은 기다려야 되고 뭐 빛 잘들어오는 창가에 옮겨주는거 이외에
사실 뭘 특별히 할게 없다. 괜히 뭐 오버해서 관리했다가 식물만 더 죽어나지.
그러다보니 매우 정적이고 심심한 취미인데, 끽해야 하루 5분이상 할게 없는거다.
그러니 대부분의 식물 기르는 사람들은 수많은 화분을 살수밖에 없는 것이,
여러개를 같이 길러서 화분마다 있는 작은 일을 조금씩이라도 할 수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화분 한두개로는 너무 심심하고 할게 없으며 식물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하자니 여러화분을 들여서 관심을 분산시키는 수밖에 없다.
나도 4개화분을 기르다보니 아 좀 할일 없네 싶어서 자꾸 새로운 화분을 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더이상 뭘 사는 것도 좀 아직은 아니다 싶어서
씨앗이나 길러볼까 하다가 망고씨와 아보카도 씨를 사람들이 많이 키운다는 것을 보고
과일도 먹고 채소도 먹을 겸 해서 망고와 아보카도를 사왔다.
아들이 워낙 망고르 좋아하니 망고를 먼저 먹어서 발아 시켜서 심어보았다.
한개는 발아가 잘되어서 화분에 심었더니 새싹이 올라오고 있는데
한개는 발아가 좀 잘 안되더니만 뭔가 걍 썩고 있는거 같다.
한 일주일 더 지켜보고 새싹이 안올라오면 버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보카도는 왜 이렇게 안익는 거야.
사실 아보카도는 내 돈 주고 산건 처음이긴 한데 고르는 법을 몰라서 너무 쌩쌩한걸 사왔나보다.
그래도 한개는 좀 익은 거 같아서 잘라먹었는데도 좀 덜익었는지 전자레인지에 익혀서 겨우 먹고 발아시키는 중.
6. 수박씨앗
- 블랙 뭐시기 수박인가 노란색 수박이 있길래 사왔는데 오 엄청달고 맛있길래
이거 씨앗은 한번 길러볼까하는 마음으로 발아를 시켜보았다.
근데 은근히 발아가 잘 안되는데 딱 한개 씨앗만 발아가 엄청되서 일단 이 에이스를 먼저 심어놔줬다.
그랬더니 아니 하루 밤 만에 바로 싹이 올라오고 어찌나 쑥쑥 자라던지 좀 무섭달까;;;
그러더니 몇일 후에 다른 씨앗도 발아가 엄청 되서
아니 그래도 나름 발아를 위해 애쓴 씨앗들을 버리기는 미안해서
발아된 씨앗들은 다 흙에 심어줘봤다.
아니 그랬더니 이것들도 하루만에 쑥쑥 싹들이 올라오더만 (몇개 배고)
하도 잘 자라길래 하루 하루 크는 걸 보고 흐뭇한 와중임.
근데 사실 이렇게 자란 수박들은 대부분은 열매가 잘 맺지는 않는다고 하더라.
제대로 키울려면 호박이랑 접목을 시켜야 한다는 둥 뭐 그렇다고.
사실 열매를 먹고 싶어서 기르는 건 아니고 걍 호기심에 한 거긴 한데,
막상 이렇게 잘자라니 어것들을 어떻게 키우지 싶다.
사실 수박은 물주기나 이런거 좀 잘 모르는데... 흐음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잘크는 애만 골라서 키울려고 했는데
또 막상 잘 자라고 있는 생명을 골라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또 너무 많아서 다 키울수 있나 의문이기도 하고 그런 상황..
현재까지 약 3개월간 식물 키우기를 처음 제대로 해본 결과 느낀점은
1. 식물은 처음부터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애를 잘 골라 데려와야 한다.
2. 가드닝은 굉장히 정적이고 심심한 취미다. 그래서 결국 화분을 여러 개 사모으게 된다.
3. 식물은 말이 없다. 그래서 잘 키우기 어렵다.
이정도 인듯 하다.
그래도 어쨌든 처음해보는 취미생활이고,
나름 잎이 정말 예쁜 식물들을 보는 건 흐뭇한 일이여서 조금 맞는 부분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겨울되면 절망적인 취미인데... 그 때 되서 식물들 다 죽으면 다시 안하게 될지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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