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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Rhymes 2024. 10. 14. 20:54

책이나 독서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어렸을때는 어디서나 독서를 해야한다 책책책을 읽읍시다 그러질 않나 요즘 사람들 독서량이 부족하다 책을 안산다 난리를 맨날 치니까 오히려 그게 청개구리 마인드를 자극해서 더 읽기 싫었던거 같다

심지어 독후감 숙제도 있고 억지로 책을 읽게 만들려는 그 어른들의 강압이 싫었고 왜 이렇게 책을 못읽혀서 난리일까 그렇게 느꼈던거 같다

아버지는 주말에 때때로 가족 모두 대형 서점에 데려다 주시곤 했다. 그리고 사고 싶은 책을 맘대로 골라서 오라고 하셨고, 책을 산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사주겠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회사를 다녀오시면 주무시기 전에 꼭 머리 맡에 책을 몇권 놔두시고 읽으시다가 주무시곤 했는데 책도 많이 사시고 읽기도 많이 하셨다. 아무리봐도 아버지는 책을 좋아하시는 거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서점에 형과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시고 나면 나는 서점에서 방황하기 일수였다.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하는지 모르겠어서 이것저것 뒤지다가 아무것도 안산다고 할수도 없어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아무렇게나 집어들어서 읽겠다며 너댓권씩 계산대에 올려놓곤 했다. 더러는 아버지가 내가 골라온 책을 보시면서 이건 왜 고른거지 하고 기우뚱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내가 고른 책 중에 하나는 세계 각국의 국기와 설명이 가득한 책이었다. 방학숙제 중에 세계 국가의 국기를 조사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그 책을 참고하겠다며 골랐던 거였는데 책을 봐가면서까지 해야되는 숙제도 아니었다. 그렇게 대충 골라서 나도 뭔지모르는 책들은 아주 가끔 재밌기도 했지만 대부분 제대로 읽지 않고 그저 책장의 장식품이 되곤 했다.  책은 도대체 왜 읽는걸까 재미 대가리도 없는데 라고 항상 생각했고 매우 오래된 고루한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 심지어는 주말에 서점을 간다는게 친구들이 보면 진짜 지루해 보일 것 같아서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다. 한번은 친구한테 주말에 서점가야되서 같이 못놀것 같다고 부끄럽게 얘기했더니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친구가 있어서 뭐지 이거 좋은 거였어? 하고 어리둥절 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학창시절에 재밌게 읽은 책은 없었던거 같다. 끽해야 당시 유행하던 명랑소설 정도인데 무슨 얄개들 몇학년 몇반 이제는 제목도 책도 찾기 어려운 그런 책들이 전부였다.

책이 진짜 재밌어서 밤새 읽었다는 것을 처음 느낀 것은 "개미" 라는 소설책이 처음이었다. 당시 엄청 인기있던 소설이었고 재밌다고 난리여서 마침 집에 있길래 읽었는데 마지막 가까이에서는 진짜 새벽까지 책이 재밌어서 잠을 안자고 봤다. 이렇게 재밌게 잘 쓸수가 있다니 나름 충격이었던거 같다. 그 뒤로 베르나르베르베르 책은 대부분 읽었는데 타나토노트도 정말 재밌었지만 다른 책들은 그저그랬다.

대학교 가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로 시작해서 일본작가들 소설책을 주로 읽었고 더러는 경제 마케팅 서적을 읽기도 했고 아버지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면 자서전을 보는게 좋데서 자서전도 보고 여러 책을 대중없이 읽었는데, 인상깊고 재밌는 책도 있었고 아닌 책도 있었다. 대학교 때는 나름 교양을 쌓는다면서 그럭저럭 책을 읽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특히 스마트폰이 생기면서는 책 읽는 취미에서는 진짜 멀어졌다. 무엇보다 그 무거운 책을 들고다니는게 불편하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에 더 재밌고 다채로운 컨텐츠가 많아서 책을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젠 가볍게 들고다니면서 음악과 영상과 게임을 할수 있는 세대인데, 아직도 고루한 활자만으로 전하는 정보라니 세상 뒤쳐지기도 그렇게 뒤쳐보일수없었다.

솔직히 사실 활자를 통한 정보 전달은 조금 구세대적 매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글자로 많은 것을 묘사하고 표현할 수 있긴하고 글자 자체의 제한된 한계성이 매력적이고 무궁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보 전달 매체로서는 이제 동영상에 비해 많이 뒤쳐진 수단이 아닐까나
예전에야 글밖에는 무언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기록과 생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무때나 동영상을 켜고 끄고 만들어낼 수 있는 시기이니 마치 사진이 발명되고 회화의 가치가 떨어지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미술이 발전하나간 것 처럼
글자와 책도 이제는 변혁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독서가 중요하다 하는건 그야말로 글밖에 없었던 시기의 사람들의 고루한 사고방식이 아닐까 라는 게 어렸을때부터 독서에 취미가 없었던 솔직한 내 심정이다.

아무때나 정보를 검색할수 있고 동영상과 게임을 할수있고 ai가 발전해서 그림도 그려주고 스스로 연구도 대신해주는 마당에 사실 이제 인간이 무엇을 굳이 체득해서 살 필요가 없는 수준으로 발전해 가능마당에 독서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지

하지만 슬프게도 사회와 권력자들은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것 같다.
내가 대입 입시를 할때 가장 애먹은게 언어영역이었다. 아무리 문제를 풀고 연습을 해도 조금만 어려우면 잘 틀리고 문제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해서 시중에 있는 언어영역 문제란 문제집은 웬만해선 다 풀었고 10분 쉬는 시간에도 언어지문 한개 풀기 딱좋다며 쉬지않고 공부해댔지만 아무리 공부해도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흔히 말하는 글밥이 부족해서, 독서량이 부족해서 독해력 자체가 모자랐던 거 같다. 워낙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경험이 부족하니 그 바닥이 시험에서 여실히 드러났던 거 같다. 결국 언어영역은 재수 시절까지 나를 가장 괴롭혔고, 하필이면 두번째 수능의 언어영역 난이도가 갑자기 급상승한 02년 불수능때 첫교시를 어마어마하게 망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큰일 날뻔하기도 했던 경험이 아찔하게 남아있다.

이렇듯 나는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은 아직도 세상은 중요한 대학 입시부터 각종 시험들은 텍스트리 이루어져있고, 같잖은 말장난과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로 장벽을 만들어놓로 사람들을 시험하고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고 계층을 나눠어 버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내 자식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지만, 나와 똑같이 살았다가는 똑같은 끔찍한 경험인 시험에서 독해력이 부족하여 당황하는 결과만 낳게 될게 뻔해졌다.
그래서 난 내 자식이 책을 안읽어도 상관없고 유튜브로 무언갈 배워도 좋고 만화책을 봐도 좋고 게임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지만, 어쩔수 없이 조금이라도 글과 친해지라고 억지로라도 책을 읽으라고 시킬수 밖에 없어지고야 말았다.

물론 책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가 가진 그 오묘한 매력, 그 절제된 정보, 4D영화 보다는 정보의 밀도가 한참은 모자른 그 빈 여백은 결국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상력과 사고로 매꾸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을 등장인물의 얼굴의 말투와 모습을 내 나름대로 상상하지 않았던가. 책이 이렇듯 사고와 뇌를 자극하는데 읽는 사람이 상상력과 사고력과 집중력이 발달하지 않을수 없다. 또한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이 영상으로 이뤄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언어와 말로서 하게 되는 것으로 미뤄볼때 책을 통한 텍스트적 경험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든다는 부분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그 놈의 독서가 최고이고 무조건 적인 선이며, 독서를 안하면 교양이 떨어진다는 둥 만화와 동영상 게임은 악마라는 둥하는 독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앙과 독서를 안하는 것에 대한 이단시적인 마녀사냥적인 배척의 태도가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독서 참 좋지. 그렇지만 만화도 좋고 영화도 좋고 게임도 좋고 유튜브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찌 독서만 백익무해라고 할수있는 건지 나는 아무래도 그건 출판 업계자들이 만들어낸 거짓되고 선동된 캐치플레이즈 같아서 오히려 괜히 더 싫어지는 것이 싫은 것이다.

한동안 그래서 일부러 더 책을 안보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조금씩 다시 사서 보고있다. 책이라는 것이 근데 또 안좋은 것 중에 하나는 부피도 크고 무거워서 보관도 어려울 뿐아니라 가격도 비싸다는 것. 사실 이 이유때문에 안사고 빌려보기도 해보고 어플로 보기도 했는데, 중고이든 새책이든 사서 두손에 놓고 책장을 넘겨가면서 종이에 반사된 빛으로서 글자를 읽어가는 독특한 경험은 좀처럼 실물 책이 아니고서야 느낄수가 없는 종류의 것이다. 책의 싫은 점 중에 또하나는 잘쓴 책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그런 와중에도 진짜 재밌게 읽은 잘 쓴 글과 작가를 만나면 그것이 주는 포만감이 또한 상당하다. 글 잘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서 그런 책은 너무 소중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어려운 만큼 엉망진창인 책도 너무 많아서 진짜 나무한테 내가 다 미안한 적이 많아서 책을 고를때는 신중하게 된다.

노벨문학상이 나온 요즘 솔솔하게 불던 어쩐지 사회적으로 독서풍이 강해지는 거 같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한동안 담쌓았던 책과 조금 친해져볼까 하는데 또 언제 그놈의 독서 프로파간다에 뿔이나서 높다란 장벽을 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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