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추천하는 영상을 어디선가 봐서 읽어보았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어서 이게 소설인지 자서전인지 에세인지 과학도서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초반에 밀리의 서재로 읽을려다가 앞부분에서 보다 말았다가 최근에 다시 보게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히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약간 평범한 영문학과 교수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는데, 아마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추천하는 영상을 어디선가 봐서 읽어보았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어서 이게 소설인지 자서전인지 에세인지 과학도서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초반에 밀리의 서재로 읽을려다가 앞부분에서 보다 말았다가 최근에 다시 보게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히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읽다가 왠지 실제 책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부터는 실물 책으로 읽었는데,
이 스토너 책이 두가지 표지가 있었다. 하나는 초판본 디자인이고 하나는 새로 디자인한 책인데,
초판본 디자인이 너무 좋아서 초판본으로 샀다. 노란색에 모던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인데,
never judge book by its cover 라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책 디자인이 책에 대한 이미지를 정하는데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살때 물론 내용이 중요하지만, 초반을 읽어서 좋다나쁘다를 판단하기도 어렵거니와
책의 커버 디자인, 삽화, 글씨체, 문단 구성 등 디자인적 요소들이 더 큰 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 있어서 요새 책들 중에 천편일률적인 디자인들, 어디서 본걸 카피한 것 같은 책들은 매우 싫지만
최근 책 디자인이 너무 뛰어나서 책 디자인 때문에 사고 싶은 책들도 꽤 있다.
그만큼 나한테는 솔직히 책 디자인, 커버 디자인이 엄청 중요하고 그 책에 대한 이미지, 선입견, 인상을 결정해버리는데
어리석다고 해도 그냥 그런걸 어쩌겠나. 아무튼 근데 스토너 책은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들었다.
쓸쓸해 보이는 창문, 거기에 잎이 하나도 없는 앙상한 가지 너머로 보이는 고고한 지성을 상징하는 건축물.
거기에 샛노란 커버색에 외국 도서 같은 느낌이라니
캬-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디자인을 해냈는지 볼때마다 맘에 들어서 사실 책 디자인때매 책이 더 좋다.
이런 책은 좀 사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점에서 보니 옆에 상실의 시대 리디자인한 노르웨이의 숲 책도 있던데 그것도 디자인때문에 다시 사고 싶었다.
상실의 시대 옛날 책은 뭐 나름 그 느낌을 잘 표현했지만 너무 올드한 디자인이라서 무슨 자기계발서나 미스테리 심리 혹은 논리야 놀자 같은 디자인이라서, 그 책에 대한 마음 속의 이미지가 별로인데,
아무튼 요새 만들어지는 책들은 디자인을 어찌나 내맘에 들게 잘 뽑는지 그냥 커버 때매 사고 싶을 지경이 많다.
다시 소설 스토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은 대충 평범한 영문학과 교수 스토너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는데
나중에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삶의 궤적이 비슷한 걸로 보아서는 약간 자전적 소설이라고 봐야되지 않나 싶기도 했다.
누군가의 평에서 보기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너무 흥미롭다고 하는데,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굉장히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을만한 소소한 일들을 굉장히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뭔가 평범하고 별거 아닌 듯한데 이상하게 흥미롭고 재밌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하고 별일 없이 살아가는데, 그런 대중들의 삶과 비슷하기 때문에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해서 그 묘한 리얼리티 때문에 더 흥미롭고
물론 미국의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굳이 말하자면 좀 평범한 사람의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은 감성이라서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무심한 듯한 제 3자가 관조하는 듯한 문체로 쓰여있는데
원서도 글을 잘 썼겠지만 번역도 잘해놓은 것 같아서 읽는데 막힘이 없이 술술 넘어가는게 좋다.
무슨 책이든 별로 걸리는 게 없이 술술 읽도록 쓰는게 참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책을 만난게 좋았다.
다만 스토너라는 평범한 사람에게 정말 별일도 없이 삶이 지나가느냐 하면 딱히 또 그렇지는 않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농업대학에 들어갔다가 영문학에 빠져서 교수의 길을 걷게 되는 것도 한 사람에겐 큰 사건이고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사건인 결혼은 다소 충동적이고 무모하게 이루어진다.
누군가 한줄 평에 그렇게 써놨던데, 하여간 결혼은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평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누가봐도 좀 이상한 여자한테 외모에 반한 건지 한눈에 반해서는 결혼을 해버리는 대목에서는
모든 독자들이 아마 고구마 백개 먹은 듯한 기분을 느꼈는데, 이 결혼이 결국 스토너의 삶을 상당히 불행하게 만들고 만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연애도 해봤어야 되었는데... 덜컥 결혼해버리면서
결혼 생활뿐만 아니라, 딸도 아내가 망쳐버리는 것을 보면서... 역시 결혼은 신중해야 하는 법.
이후에는 동료 교수, 그 교수의 애제자가 스토너의 빌런들로서 평생 동안 괴롭히는 악의 축으로서 작용하게 되는데,
이들을 상대하며 세상과 타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는 모습은 스토너가 우직한 선인으로 그들은 악인으로 대립 구도를 만들어낸다.
이 부분도 뭐 엄청난 사건사고는 전혀 아니지만 우리가 회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유사한 사건이다보니
별거 아니지만 굉장한 긴장감과 리얼리티가 느껴지고 역시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전개를 보여준다.
아 좀 타협을 하지 스토너... 근데 지조있고 멋있긴 하네 같은 느낌을 들게하지만.
그리고 중간부터 슬쩍 느낌이 들지만 젊은 여자 석사생(맞나?)과 불륜을 저지르는 부분은...
사실 좀 비현실적이고 괜한 서스펜스와 이벤트를 만드는 것 같고 이 소설을 약간 저렴하게 보이는 역할을 해서 나는 솔직히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었다.
그런 불륜이 앞서 나온 빌런 교수에게 약점을 잡혀 곤란하게 되는 걸 당연히 예상하게 되고,
이성과의 사랑에 있어서 어설픈 스토너로서 있을 법한 일이지만, 다소 불필요한 로맨스 요소여서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스포일러 이지만 결국 스토너가 암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데,
살짝 좀 소설이 너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해서 성급하게 마무리 지으려고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은 정년 퇴임 후의 이야기는 본인이 겪어보지 않아서 상상하기 어렵거나, 흥미로운 스토리를 이어갈 수가 없었던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을 관조하는 이야기로서 좀 더 오래 살면서 자신의 커리어에서 벗어나 이후의 삶을 묘사하면서
오래 살다가 죽는 것으로 마무리 했으면 더 책의 호흡이 길었을지언정 컨셉 자체에 맞는 이야기 구조를 갖추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못내 남았고, 그리고 책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끝나니 아쉬운 것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흥미롭고 편하게 후루룩 읽기 좋은 소설인 건 사실이다.
읽고나면 결국 인생에서 만나는 빌런들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에 있어서 본인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는 신중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너의 모든 선택의 순간들에 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처럼 보인다.
운명같이 영문학에 끌려 공부를 선택하고, 한눈에 아내에게 반해버렸고, 빌런 교수의 제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엉망이었고, 불륜의 상대와도 본능처럼 끌렸고...
그의 선택이 잘했다 못했다를 논할 수는 없고, 우리 인생의 선택들도 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관조해보면서, 그가 추구하고 싶은 건 대체 뭐였을까, 마지막 쯤 나오는 구절인 "대체 무엇을 기대했나" 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의 인생도 마찬가지. 도대체 뭘 추구하고 있고 뭘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그냥 인생이 흘러가는대로 그건 그렇게 될 수 밖에 흘러가고 있으니까 정답지가 정해진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물론 인생이라는 게 목표 의식이 뚜렸하고 미래에는 어떻게 될꺼니까 난 이렇게 할꺼야 정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되며
설사 그렇게 계획했다고 한들 그대로 되는 건 얼마나 되겠느냐 마는
그렇다고 놓아버리고 아무생각 없이 살았다가는, 갑자기 마지막 순간에 들어서
아 내가 이 인생에서 도대체 뭘 한거지? 라는 스토너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도 아마 그걸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목적이 없는 삶... 괜찮은가? 라는.
그게 나쁘다 좋다를 판단해서 스토너의 삶이 허무하다 말다를 이야기 하고 싶다라기 보다,
스토너는 이렇게 살았답니다. 그의 삶을 바라본 여러분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당신의 삶이 스토너 책 처럼 쓰여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묘사되서 어떻게 사람들이 바라보게 될까요? 라는 질문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어떻게 살았나.
그런걸 나도 쭈욱 읽기 쉽게 나의 전기를 써보면 재밌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의미가 있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고 하여튼 그런 걸 느꼈음.
아무튼 오랜만에 꽤 흥미롭게 잘 읽은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좀 읽기 꺼리는 편이긴 한데,
왜냐하면 누군가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를 내가 몰입해서 읽는게 의미가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인데
그런 점에서 자전적 소설을 좋아한다. 최소한 사실과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지어낸 이야기니까.
그리고 사실 소설이 아닌 책을 읽는 건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아닌 책들은 영 지루해서, 비소설 중에 내가 재밌게 읽었던 게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앞으로 소설이라고 너무 경계하지 말고,
좀 유명한 세계 문학 중에서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것들 위주로 읽어 나갈까 싶다.
사실 독서를 굉장히 싫어하고 한 편으로는 혐오하는 편이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인지 게임도 재미없고 영화도 좀 장시간 시간 내서 보는 것도 싫고 그래서인지
텍스트로 되서 내가 속도 조절해가며 중간중간 읽을 수 있는 책이 좀 취향에 맞아지는 것 같다.
새로 이사가는 곳에는 책장이 꼭 있었으면 좋겠고,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예쁘게 꽂아 둘 수 있다면 흐뭇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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